루인의 리뷰동아리
상어의 소환술사 -43화- 종이 조각 본문
-43화- 종이 조각
『 제가 사라지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갈거에요.』
그렇게 말을 남기고, 그리드는 방을 나갔다.
처음부터 그것을 전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것 같군.
이야기를 했는데, 대화 했던 것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마치 사무적인 연락을 주고 받은 것 같은 차가움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말을 주고 받으면 달라지려나?
그리드가 끝나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후우하고 한숨을 쉬며, 침대 곁의 책상에 눈을 돌린다.
거기에는 작은 종이 조각이 살그머니 놓여 있었다.
페이지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한, 단 한장의 종이쪼가리다.
별다른 특징도 없는 메모에 쓸 만한 종이이다.
이런 비슷한 것을,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기묘한 기존감에 목을 기울이며면서 종잇조각을 손에 들었다.
『 이건...』
손가락 끝으로 어루 만지는 이 감촉을 나는 알고 있었다.
양피지나 종이의 서류가 아닌, 이상하게도 손에 익숙한 종이다.
『 그리모어인가? ...아니 그치만, 역시 이건 책이 아니겠지. 하지만, 이 감촉은 분명히... 라스트, 이런 형태의 그리모어가 있긴 해?』
구석에 서 있던 라스트에게 물어 본다.
라스트는 약간 시간 차를 들이고 네, 라고 대답했다
『..그것이, 그리드의 본체가 입니다 』
『...이게 그리드의 본체라고? ...그리모어라니, 이런 모양도 있는건가.』
내가 알고 있는 그리모어는 책이다.
두꺼운 종이의 표지가 있고
중후한 페이지의 수를 자랑하는 서적.
크기에 차이는 있지만 책은 책,
단 한장의 종잇조각을 책이라고는 부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 쓰였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스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네. 책의 죽음이란, 그런 것이니깐요.』
『...다른 페이지는 어떻게 되어버리는 거냐.
여기만 찢어지고, 그것이 내 손으로 돌아왔을 뿐 아닌가?』
나의 의문에 라스트는 즉답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으며 말로 타이르는 듯한 분위기로 말하기 시작했다.
『불탄 책은 재가 되고 다 타버리기 직전, 작은 종잇조각에 되는 법이예요. 혹은 잘라버리고, 제각각의 종이 조각이 될 수도 있겠지요.
부식에 의하여 썩어 갈 것도.... 그 죽음이 어떠한 형태라 해도, 역시 우리의 최후의 모습은 종이 조각인 거예요.』
라스트의 말에 가슴이 따끔 아팠다.
옛날, 필요 없게 된 잡지를 버린 적이 있다. 불태워 버린 것도 있다.
책의 죽음이라 하는 관점에서 보면, 과연 분명히 그 말대로.
폐품 회수 등등으로 소집되어, 재생지에 대한 공정에 실려가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책은 종이로 돌아가고 종이는 섬유로 돌아간다.
그것은 마치 사람의 죽음처럼 보였다.
사람도 죽으면 흙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분해되고 이윽고 뼈만 남겨 소멸되는 것.
그 뼈조차도 풍화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내 수중에 있는 종이 조각은, 그리드가 남긴 유골 같은 건가.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지만, 사정을 알면 가볍게 다룰 수 없다.
『 이 종이 조각에 가필하면 어떻게 될까? 마력을 채우면 그리드는 살 수 있는 거야?』
『...아니요. 그녀는 이제..』
『 왜 그래? 그리모어의 페이지는 무한정으로 끊이지 않아. 가필 하면 할수록 마력이 모이고 본체도 강하게 되어 간다면, 비록 이 작은 페이지라도 가필하는 것도 할 수 있어 그러면 그리드에게 마력을 주는것이 가능해! 그렇다면』
『 인체의 손상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이어지는 말을 딱 끊어 버렸다.
나의 미련을 잘라버린 듯한 예리함이다.
『 다소의 상처는에서 피가 흐른다고 해도 자연 치유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검으로 잘려도 살이 찢긴 상처도 자기 회복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뼈나 팔이 절단되어 버리면 어떻게 할수가 없습니다.』
『 회복 마법은?』
『 절단된 직후에 그리고 체력이 충분하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팔을 하나나 두개, 다리를 하나나 두개, 그리고 목이 떨어져도 살아 있을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요.』
『 무리야. 그래서 살아 있으면 이미 인간이 아니야.』
『 네. 그리드의 상태는 그런 것입니다....아니요,
좀 더 심하다고 말하는 편이 가까울지도요 잘 모르겠습니다. 마스터가 손에 들고 있는 그것은, 그리드라고 불린 존재의 죽은 시신, 영혼의 파편인 거예요.』
그것도 이제 곧 사라질 운명에 대해서 입니다만, 라는 말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어떻게 할까, 이거.
정해진 운명이니까, 이제 와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저 과거나 결말을 바꿀 수 있을 리 없구 말야.
죽어 가는 사람의 최후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그나마 좋다고 생각되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 영혼의 파편...그래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나는 탐욕일까.』
『...반대로 물어보고 싶지만 마스터는 왜 그렇게 그리드를 만나고 싶다고 하시는거죠?
요전 날의 폭주도 그렇고, 무엇을 이해해서 이렇게 행동하신건지 이해하느라 머리가 아프다고요』
어째서? 이유, 이유가 필요 하냐?
새삼스럽게 물어 보면, 스스로도 친하게 대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리드와 나는 어제 오늘에 만난 지 얼마되지 않는다.
전력적인 타산이 있다고는 해도, 그것만으로는 설명 못 할 것 같다.
이렇게까지 내가 그리드를 생각하는 것은
『...왜 일까. 닮아 있는 것 같은, 비슷한 동류 같아서 남이라고 생각할 수 없단 말이지.』
『 즉 동병상련으로 불쌍히 여기는겁니까?』
『 무슨 의미냐 그거.... 아아 그치만, 응, 그 말이 어울린다. 과연, 나는 동정하고 있을 뿐일지도.』
비극적 운명에 처하게 된 절세의 미녀.
그 상징처럼 그리드를 일방적으로 동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로 제멋대로 인 망상이네.
『...그렇습니까.... 어쩌면, 궁합이 너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궁합?』
『 네. 사람과 사람에 궁합이 있는 것처럼, 사람과 책에도 궁합이 있습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책이 있으면, 생애를 함께한 책도 있으니깐요』
『 애독서 같은 건가. 나와 그리드가 그렇다고?』
라스트는 끄덕 수긍했다.
사람과 책의 궁합에 대해서는 내버려두고, 그 궁합이 너무 좋은 궁합이라고 한다면 어쩌라는거냐?
좋은 궁합. 좋은 일이잖아.
『 마스터. 그리모어는 마법의 책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리모어를 본체로 한 악마이지요 그리고 궁합이 좋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으신가요? 』
『 아니....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 있어요, 예. 많이 있고 말고요. 실제로 마스터는 죽기 직전까지 가지 않았습니까. 악마를 도우려고 해서 목숨을 잃다니, 그런 개소리를 누가 믿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 반박이 불가능하다만...
『 신경 쓰는 건 이기적이지만, 악마에게 혼을 빼앗기지 않게 조심하세요. 어떤 사정이 있어도 책은 책, 악마는 악마로서 취급하는 게 그리모어·마스터니까.』
아아, 이건 라스트의 충고인가.
살짝 귀가 아플정도의 충고이지만, 걱정되고 있으니 함부로 저버릴 수 없다.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까는 별개로, 잊지 않도록 기억해두자.
그 때, 멀리서 번개가 떨어진 듯한 격렬한 소리가 울렸다.
지나친 소리에 배가 떨었던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생각난 기억에 무심코 방의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만다.
또 소리가 울린다. 이것은 번개가 아니다.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다.
문득 라스트와 눈이 맞았다.
굉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하고 계시네....
『 포격이네요. 배가 습격당하고 있네요.』
『그렇네 정말 위험한 얘기구나. 잠이 덜 깬 상황에 이 소리는 나지않았으면 좋을텐데』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싶은 일도 있고.
일단 소음을 내는 녀석은 바다의 물귀신으로 만드는 밖에 없나.
출처
http://ncode.syosetu.com/n5198dj/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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