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중지)/상어의 소환술사

상어의 소환술사 -49화- 한 조각의

메루루인 2018. 6. 7. 19:02

-49화- 한 조각의

 트리스티아 와 헤어진 후 객실에서 나왔다.

 방금 전까지의 혼잡했던 모습과 달리, 거리에는 사람 한 명이 없다.
 그토록의 많은 인원수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사라졌는가.
 훈련된 행동이라면 나쁘지는 않지만, 그건 그것대로 슬픈 것이다.

 내가 아는 일본에 지진 대책과 같은 것이다.
 지진이 많아, 피해가 크기 때문에 더욱 대처를 생각하고. 배운다.
 그렇게 몸을 지킬 방법을 터득한다.

 여기서 도망친 사람들은, 필요를 느끼고 신속한 행동을 학습했을 것이다.
 그것을 훌륭하다고 칭찬할 수 있어도, 그다지 기쁘지는 않겠지.

 감상에 잠기면서 객실을 둘러보니, 한가운데 부근에 홀로 서있는 그림자 하나.

 그리드다.
 텅 빈 객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리드. 뭔가 재미있는 것이라도 있어?」

 그렇게 말을 걸며 다가간다.
 내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도망칠 것 같은 기색은 없다.

 아무래도 거절당할 것 같진 않네.
 그렇다면 좀 더 다가가 볼까?

 그리드의 옆에서 발을 멈추고 같이 위를 본다.
 무슨 별다름 것 없는 천정이 보였다.

 잠시간의 침묵. 이윽고 천천히 그리드가 입을 열었다.

「………… 이런 장소가, 있었다니」

「정말 그래. 지하철 같은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 큰 수로가 거리 아래에 있다니 말이야.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를 정도 굉장하네」

 지하수로를 만든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터널을 판 남자들의 드라마라든지, 그러한 것에 약한 것 같아.
 역사같이 거창한 건 아니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사람의 걸음에 감동한다.

 인간의 가능성과 행동은, 너무나도 무서운 것이다.

옆의 그리드가 고개를 숙였다.

「………… 나는 모른다구. 항구의 끝에 거리가 있다니. …… 거리 안에, 집이 있다니. 집에는 사람이 살았겠지? …… 이미 무너지고 없어져 버렸지만」

 그랬겠지,라고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리드가 말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자

「…… 나는 몰랐어. 배의 밖의 세계를. …… 알아서도 안돼. 그걸 알아 버리면, 그다음 일도 알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다음도, 그다음도, 그다음도」

 나는 탐욕이니까,라고.

 그리드는 자학이나 자조라도 하고 싶은 분위기지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의 것,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안된다고?

 그거야말로 잘못된 게 아닌가?.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지적 욕구는 사람의 증거다. 짐승에는 없는 인간이라는 증표다.

 하물며 그리모어, 책의 화신인 물건이라면 더욱더 그래야 한다.
 오히려 알지 말라고 하는 편이 엉뚱한 게 아닌가?. 숨 쉬지 말라고 해도 무리인 것처럼?
 그 정도로 억지인 것 같아, 지식의 억제라는 것은.

「무리겠지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있다니 불가능해. 현실적이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다니,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을 이유로 정하다니, 정당방위다 하고 사람을 때리는 녀석 같은 쓰레기다」

 굳이 말하자면, 그건 쓰레기이라고!

「즉 쓰레기의 말 따위 들을 필요 없어. 닥쳐 쓰레기,라고 말하면 좋을 것 같은데! 」

 경우에 따라서는 때리는 것도 가능. 가끔씩은 폭력도 좋은 것이다.
 함무라비 법전이 이럴 때 참 좋아, 공격해 오는 상대에게는 반격해도 용서된다.
 너무 심하면 문제지만, 제어된 폭력은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고.

 사람들은 그것을 육체 언어라고도 부른지

「…………들을 필요가 없어?」

「그래.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 녀석이 정직한 인간일 때가 좋은 거지. 그 이외의 밥벌레가 지껄이는 농담은, 들어 줄 가치도 없는 거야」

 아, 이 논리대로 가면 내 이야기도 들을 가치가 없네.
 밥벌레의 쓰레기, 네. 그게 바로 나의 일입니다. 이런 젠장 부메랑!

 그리드는 고개를 숙인 얼굴을 올리면 나의 얼굴을 보았다.

「………… 그렇지만, 나는. ………… 그렇지만, 그러면. ………… 나, 하」

 갈등이 생긴 것 같다.
 그리드는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도 뭔가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그 얼굴은 괴로워 보였지만, 동시에 몹시 요염했다.

 여기서 그리드는 나의 말에 대답을 낼 수 있을까.
 어떤 결론이라도, 그건 그걸로 고귀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나는, 여기에 있어도 괜찮은 거야?」

 찾아낸 대답이 질문이라도 하는 듯이, 그리드라고 하는 여자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네.
 좋게 말하면 겸허하다는 것으로 해 둘까.
 나를 통하는, 표현한다는 건 꽤나 어려운 거니까.

 그리드의 물음에 대답하려고 하려는 차에, 강한 바람이 불어닥친다.
 그 바람은 멈추지 않고, 느슨해지지 않고, 폭풍우와 같이 불어닥친다.

「바, 바람!? 뭐야 갑자기! 」

 빠르게 팔로 머리를 감쌌다.
 돌연 불어오는 폭풍우를 앞에 속수무책이지만, 상황은 나에게 관계없이 나아간다.

「-안 돼요. 안돼 안돼 안돼. 절대로, 안 돼요?」

 휘몰아치는 회오리 속에, 검은 바람이 뭉쳐 있었다.
 거기에서부터 요염한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생각하니, 한층 강한 바람이 분다.
 무심코 눈을 감아, 다시 눈 떠보니, 그토록 강했던 폭풍우가 뚝 그치고 있었다.

「살고 싶다니, 그런 것 안 돼요? 저기, 그런 것은, 보기 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누구야, 너는」

 우리의 앞에 나타난 것은,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바라보고 있는 여자다.
 절세의 미녀도 이러할까라고 생각되는 미모, 경국의 마성이라고 불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실, 그 여자는 미소 짓고 있는 것만으로 아름다웠다.

 이 얼굴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드…… ?」

 눈앞의 여자와 옆에 있는 그리드는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복장과 표정일까.

 초라한 모습의 그리드와 달리, 또 한 사람의 그리드는 우아함과 음란함을 겸비하고 있다.
 이쪽의 그리드는 마음이 약해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저쪽의 그리드는 미모에 걸맞은 여유와 관록조차 느껴지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같은 얼굴로, 마치 딴 사람 같은 분위기
 무엇보다 다른 것은, 숨길 생각이 없는 악의일 것이다.

「네, 맞아요 마스터. 나는 그리드. 탐욕의 그리드야. 거기에 있는 미련한 여자와 같은, 비참한 욕망에 몸을 태운 여자의 말로야」

 후후, 하며 자조적인 미소가 충욕적이다.
 말의 이모저모에 저주를 걸쳐지고 있는 것 같은, 차라리 폭력적이기까지 한 매력.
 색욕의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매료라고조차 생각했다.

「저기 그리드? 최후의 최후, 상냥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기뻤어? 따뜻한 사람을 보고, 따뜻한 것을 받을 수 있어 기뻤어?」

 옆의 그리드는 겁먹은 눈을 하곤 반론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아니야. 나는 빼앗을 수밖에 없는 것을. 강하게 갖고 싶어 해, 그래서 빼앗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의 마스터로부터 상냥함을 빼앗아, 따뜻한 것을 빼앗은 것뿐. 나는 그러한 물건이야? 그러니까 이제 죽고 싶다고. 끝내고 싶어 사라지고 싶다고. 결정한 것은, 내가 아니다」

 그런데,라고 또 한 사람의 그리드는 말을 거듭한다.

「아직 살고 싶다니, 어느 입으로 말하는 걸까요?. 쭉 쭉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에, 이제 와서 다시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상냥한 꿈은 벌써 끝나버리고, 나는 여기서 소멸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바라고, 바래, 무엇보다도 강하게 바란 채로――사라지세요 그리드」

 또 한 사람의 그리드가 손을 내밀자, 이해할 수 없는 공포심이 올라왔다.
 마왕 군이나 몬스터, 사신의 손끝을 상대로 했을 때와는 다른 이질적인 공기.

 본능이 고하고는 위기의 한마디.
 그러나 구제할 길 없는, 이것은 물리칠 수 없는 싸움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나버렸다 이 싸움은. 그러한 싸움이다.

「기다려! 마스터는 관계없다! 」

「말려들게 한 것은 자신일 텐데. 게다가, 사실은 기쁘잖아? 쭉 혼자서는 외롭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가, 최후의 최후에 찾아낸 사랑스러운 마스터. 그러면, 그와 함께 사라져 버리는 것도…… 네, 함께해 주었으면 하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 거야」

「아, 아니야! 그런 건 바라지 않았어……!! 」

「마음대로 말하세요. 결말은 변함없는, 운명도 변하지 않는. 나는 여기서 끝나는 거야. 불행하게도 휘말려버린, 가장 사랑하는 마스터와 함께 말이야」

 그리드는 웃는다.
 잔혹한 결말을 가져오기 위해서, 탐욕의 화신이 송곳니를 드러냈다.

「…… 마스터에게는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나는 탐욕을 관장하고, 죽음을 고하는. 그리드·타냐토스. …… 당신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