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연재중)/암살자 소년

암살자 소년 -70화- 마권사

메루루인 2018. 2. 27. 18:03

제70화 마권사

린네들과 함께 전이한 것도 아니라, 르페아가 이 세계를 한순간에 바꾼 것이다. 게다가, 전체를 생사의 결계로.

"……정말이지, 터무니없네"

이 건물에서 반경 200미터 정도가 이 공간의 한계라고 르페아가 설명해주었다. 눈으로만 보자면 이 공간은 지평선 너머까지 계속될 것만 같이 보인다.
생사의 결계는 포함하는 공간이 넓어질 수록 소모하는 마력량도 엄청나게 늘어날텐데, 르페아의 상태를 보니 아직도 여유인 것 같다. 스테이터스는 보이지 않기에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린네들보다는 강하다고 판단이 가능하다.

"바다 위는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느니라. 자, 그럼 시작해볼까"
"……진짜 해야되나 이거"

각각 무기를 꺼내 쥔다. 린네는 홍희, 테미아는 사구이, 시엘은 별무리를 각자 꺼냈지만, 르페아는 아무것도 꺼내지 않았다.

"핸디캡으로 짐의 직업부터 가르쳐주지. 짐은 마법과 주먹을 쓰는 마권사라고 하는 직업이다"
"만능 직업이구만 그거"

전위, 후위 어느 쪽이든 가능하며 솔로로도 평균 이상을 가는 잠재성이 있는 직업이다.

"덤으로 마법도 조금만 사용해주지. 이 정도라면 좋은 승부겠지?"
"충분해"

이곳에서 싸운다면 죽을 일은 없기에 손대중은 해주지 않아도 괜찮지만 최악의 경우, 마법 한 방으로 끝난다는 전개는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충분하고도 넘칠 것 같은 핸디캡을 받아들였다.

"흣챠"

테미아는 건축물에 다가가서 사구이에 먹였다.

"아~, 이 밑에 있는 흙을 먹일 걸 그랬나요?"
"아니, 이미 먹인 후에 얘기해봤자……"

신비롭게만 보였던 건축물의 일부가 결손되어 이상한 형태가 됐다.

"뭐 괜찮겠지. 가만히 두면 자동 복원 될테니"
"기다리게 했네요"

테미아의 말을 마지막으로 쌍방 준비가 끝났으니, 지금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린네는 먼저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 순간에는 이미 린네의 복부에 르페아의 주먹이 가볍게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뒤에 있는 건축물과 함께 바람에 날려간 린네.

"아, 실책이군. 힘 조절을 잘못했나?"

테미아와 시엘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잠시 이해할 수 없었다. 린네의 눈앞으로 빠르게 이동해서 주먹으로 날려보냈다, 라는 사실을 이해한 테미아는 소리를 높이며 사구이를 찍어내리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아!! 네노오옴!!"
"틈이 너무 많구나"

르페아는 덮쳐오는 사구이에 손을 대고 그저 손목을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 궤도를 바꿨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구이에 댄 손의 반대쪽 손을 이용해 테미아의 힘을 그대로 이용하여 사구이를 쥔 테미아를 내던졌다.

"무스……?!"

테미아는 그대로 물 위로 날라가 그 위를 구른다.

"그럼, 다음은……"
"'유성'!!"

상공에서 대량의 화살이 무더기로 떨어지는 기술. 번개의 화살을 쏘아냈기 때문에 관통력을 가지고 있으며 맞는 순간 감전된다. 르페아가 이 화살의 폭풍을 받아내는 사이에 시엘은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리려 하였지만, 연기가 모두 개였을 때 시엘은 자신이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됐다.

"아직도 부족하군"
"마, 말도 안 돼! 번개의 화살을 잡았다고?!"

르페아의 손에는 번개의 화살이 여러 개 쥐어져 있었다. 무슨 방법으로 화살을 잡은 건지는 모르지만, 르페아는 자신에게 맞을 것 같은 화살만 잡은 듯 그녀의 몸에는 상처가 없었다.
르페아는 즉시 손에 쥔 화살을 시엘에게 향해 던졌다.

"크윽?!"

적당히 힘을 빼고 던졌기 때문인지 대부분이 빗나가고 한 발만이 시엘의 옆구리에 스쳐 시엘을 감전시켰다. 결과적으로 시엘도 쓰러지고 린네 일행 전원이 땅에 쓰러지게 됐다.

"이걸로 끝인가? 너무 약하군 그…………"

그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건축물의 기왓조각과 돌 사이에서 '허명'이 튀어나와 르페아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크큭, 아직 살아 있었군"

'허명'이 그 몸에 닿았는데도 큰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 내밀어진 왼손에는 마치 보여주기라는 듯 검은 총알이 쥐어져 있었다. 즉, 린네의 비장의 카드가 왼손만으로 파훼됐다는 것이다.

린네는 '허명'을 내보내자마자 곧장 르페아에게 향한 덕분에 지금은 르페아의 옆까지 이동했다.

"그래도, 아직도 느려"
"큭!"

홍희로 크게 베어내어도 조금 전 테미아와 똑같이 참격이 그대로 받아넘겨지고 반대쪽으로 날라갔다. 린네는 '공보'로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밸런스를 잡아 물보라를 흩뿌리며 그 위에 섰다.

"흐음, 방금은 '순동'을 쓰면서 뒤로 물러난 덕분에 충격이 전해지지 않은 것인가"
"그렇게 발버둥쳐도 늑골이 몇 개 부서지긴 했지만 말이지. 그보다, '순동'을 사용한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당연한 소릴, 사용하지 않은 마력이 느껴질리가 있나"

방금 린네에게 도달했을 때는 '순동'을 사용하지 않고 스테이터스의 수치만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순동'이 없어도 이 스피드라니 진짜 괴물이잖아, 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린네였다.

(아까 썼던 받아넘기는 방식은 팔괘장이랑 비슷했는데……거기에, 공격했을 때도 발경을 사용하지 않았었나?)

르페아의 싸움 방식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린네. 이세계인에게서 배웠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겠지만 형태의 차이가 있는 것을 보아 이쪽 세계에서 스스로 개발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장난 아닌 스테이터스에다가 숙련된 기술의 조합이라니……)

그저 아주 잠깐 합을 맞춰봤을 뿐임에도 머릿속에선 이길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아직 린네들은 살아 있다.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하고 깨끗하게 지자고 생각하는 린네였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아니, 뼈가 몇 개 부러졌으니까 '재수' 좀 써줄 수 있을까"
"네! '재수'!"

테미아의 '재수'가 린네의 배에 닿고 조금씩 회복을 시작한다. 완전회복까지 15초.

"테미아, 시엘! 내가 완전히 나을 때까지 15초 정도 버텨줘"

뼈가 부러진 채로는 움직여도 제한이 가기 때문에 린네는 차라리 전부 나을 때까지 자신을 지켜달라고 명령을 내린다.

"네!"
"알았어어"

테미아는 아직 상처가 없고, 시엘은 옆구리가 번개의 화살로 상처입기는 했지만 15초 정도는 참을 수 있다.

"'뇌화', '유성'!!"

단순한 번개의 화살로는 아까와 같이 역관광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닿는 즉시 폭발하는 '뇌화'로 '유성'을 사용한다.

"방금과는 다른 공격이군?"

방금과는 전혀 다른 공격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기에 피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두지는 않겠습니다!"
"또 같은 방식인가"

머리 위에는 지금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화살의 폭풍, 테미아는 르페아가 발을 멈추고 이 화살의 폭풍의 범위에 들어가도록 길을 막으며 돌진했다. 하지만 또다시 검이 르페아의 손에 막히고 받아 넘겨질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테미아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

닿은 순간, 검의 도신이 무너져내려 건축물의 재료로 있던 바위가 르페아에게 닥친다.

"……쯧"
"조금 놀라기는 했다만, 위력이 너무 약하군 그래"

르페아는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움직임으로 모든 바위를 피하고는 위에서 떨어지는 화살들의 공격 범위에서도 벗어났다.
완벽히 두 명의 공격을 상처 없이 파훼하고는 잠시 멈춰서는 르페아.

"앞으로 10초인가. 린네를 상대하기 전에 먼저 그쪽 두 명부터 손봐주지. 최대한 버텨보게"

르페아는 테미아와 시엘을 죽이기 전까지는 린네에게 일체 공격을 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 후에 즉시 시엘에게 돌진했다. 일부러 봐준 것인지 시엘은 빠듯하게 눈으로 인식이 가능했다.

"내가 먼저?!"

입으로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공간 반지에서 방패를 꺼내 별무리로 공격할 준비를 하지만…………

"커다랗기만 한 방패에 숨어도 쓸데 없어. '침투장(掌)'!"

'뇌화'의 화살을 모두 피하고 손바닥으로 밀어내듯 방패를 공격했다.


"크, 커흑?!"

르페아는 분명 시엘에게 닿지도 않았음에도 시엘은 입에서 새빨간 피를 뱉어냈다. 린네는 그 광경을 보고 방패를 넘어 충격을 전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1명, 끝이니라"
"…………윽?!"

시엘은 '침투장'을 받은 대미지로 인해 방패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르페아의 손등치기에 가볍게 날라갔다. 그대로 무방비한 시엘의 가슴 정중앙에 발경이 박히고, 빛의 알갱이가 되어 사라졌다.

"남은 시간, 7초"

시엘이 버틴 것은 단 3초였다.

발경의 『충격』은 운동량이라 불리고 있다. 운동량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느냐? 라고 의문이 들지도 모르지만, 이 운동량에는 힘이 강하다는 의미도 있다.
간단히 설명해서, 야구에서 공을 던질 때 흐름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 있는가? 공을 던질 때 허리, 어깨, 팔꿈치, 손 순서로 움직여 공에 힘을 전달하는 것으로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르페아가 사용한 발경도 같은 원리로, 손바닥으로 공격할 때 힘의 낭비가 없도록 온몸을 이용해 손바닥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기에 위력이 한층 더 높아진다.

"늙은이 엘프, 적어도 5초는 참으세요!"

테미아는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도 모르지만, '장독 조작'을 이용해 마력의 독을 발산한다. 이 독을 경계하고 시간을 벌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마력의 독이라"
"뭇?!"

간단히 간파당하고 르페아는 장독을 신경 쓰지도 않는 듯 곧장 테미아를 향해 돌진했다. 검은 장독을 들이마셔도 전혀 효과는 없어보였다.

(혹시 효과가 없는 이유는 불사에 가까운 존재라서 인가?)

불사는 아니지만 불사에 가까운 존재라고 르페아 스스로가 말했었다. 마력의 독으로는 아마도, 르페아를 죽일 수 없는 것 같다.

"큭!"

사구이에는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구이로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방금 르페아에게 바위를 토해냈기 때문에 지금의 사구이는 잠시 쓸 수 없다.
공간 반지에 사구이를 되돌리고 맨주먹으로 맞설 생각인 테미아.

"단 7초……7초만 참으면!!"
"크큭, 해보게나"

우선, 르페아의 돌진을 보고 테미아는 카운터를 맞추려고 한다. 르페아가 공격을 하지 않는 채로 돌진한다면 공격이 닿는 거리에 들어오는 즉시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내지를 생각이다.

"하앗!"

근력이 족히 5000은 되는 스테이터스를 지닌 자가 내지르는 오른쪽 스트레이트. 주먹을 내지름과 동시에 상대의 움직임도 살핀다. 르페아는 왼손만 앞으로 내밀어 손목만을 이용해 궤동에서 피한다.
테미아는 그것을 읽고 바로 다음 수로 옮겼다. 오른쪽 다리로 니킥을 해서 옆구리를 노리려 했지만, 르페아는…………

"어?"

피하지 않고 받아냈다. 하지만 르페아는 전혀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듯 입가를 살짝 비틀어 웃었다. 테미아는 그 한순간, 적중한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해서 생긴 경악으로 인해 틈을 보였다.
르페아는 불사에 가까운 존재이므로,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내지른 후 니킥을 하는 것은 위력이 반감되어 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7초, 못 버텼군"
"크윽?! 으그윽……"

틈을 보인 테미아는 그대로 턱을 손바닥으로 타격 당해 뇌가 직접적으로 흔들렸다. 그 뒤로는 연속기가 계속됐다. 답례라는 듯 무릎차기를 복부에 박고, 그 뒤 발경을 세 번, 그 후 다시 한번 무릎차기가 작렬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내장 파열, 복합 골정 등으로 인해 심각한 치명상이 되어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호오? 설마 버티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아직, 쓰러져서는, 안, 돼……"

맡겨진 역할을 완수하지 못하는 것은 주인님에게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의 수치로 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는 한계라 하여도, 기력만으로 서있다.
10초도 되지 않는 시간만 죽지 않아도, 목적은 달성된다. 죽지만 않으면 린네는 공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느 충분히 열심히 했느니라. 이제 편히 쉬거라"
"크흑, 주, 주인님……"

르페아는 움직이지 못하는 테미아의 가슴에 손을 대고 '촌경'으로 끝을 냈다. '촌경'은 영거리에서 발경을 내보내는 기술이다.

무릎이 꺾이고, 의식이 사라져가는 테미아의 귀에 어느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했어"

아주 짧은 한마디였지만, 테미아에게 있어선 명예의 말이었다.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테미아는 작게 미소를 띄우고는 빛으로 산화하여 사라졌다.


출처
http://ncode.syosetu.com/n8551cb/78/